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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이육사, "절정"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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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저녁, MBC에서 15일에 방영할 <절정>이라는 광복절 특집드라마 예고를 보고, 알람까지 맞추며 방송을 기다렸다.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열심히 연구하고 사랑한 인물은 아니었던 이육사에 대한 궁금한도 컸고, 그 무엇보다 시대의 고통을 온몸으로 부딪쳐야했던 문인의 고뇌를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한 마음이 가장 컸다.

눈이 밝은 사람은 살아가기 고통스럽다는 이육사 조부의 말처럼
불의를 참지 못하는 그의 천성은 그의 인생과 가족의 인생을 괴롭고 처참하게 몰아갔다.
보고도 못본척, 듣고도 못들은척 하며 일신의 안위를 챙기는 대부분의 요즘 사람들, 또 나
내 심신의 망가짐을 두려워하며 눈치보고 복지부동하는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미련해보이는 모습이다.
나는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시대에 예민했던 많은 문학하는 이들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문학인데,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심신이 갈기갈기 찢기며 그 아름다움을 이뤄내려고 투쟁했던 그들의 모습은 무모하다. 내가 목표하는 것에 그렇게까지 목숨바쳐 뛰어들 수 있을까? 그렇게 목매달 수 있는 일을 내가 갖고 있는가? 부끄러워진다.

눈도, 귀도, 입도, 코도, 손도 모두 열어놓고 세상을 제대로 불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게 바로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른을 앞두고 있는 지금 나는 오히려 눈도, 귀도, 입도, 코도, 손도 모두 조금씩 더 닫아버리려고 하는 것만 같다. 더욱 유연해져야 할 것 같고 더욱 깨어나야 할 것 같은데 반대로 되어가는 것 같다.
<절정>을 보며 이육사와 역사에 대한 조명뿐만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문학을 공부한 자로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됐고, 또 화이부동을 끊임없이 외치던 젊은 날의 나를 떠올렸다. 

시 <절정>에서
희망인 무지개, 희망을 되찾은 후 절대로 무너지지 않게 될 강철로 된 무지개
그 무지개를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하며 아낌없이 자신을 다 쏟아부었던 이육사 선생님의 모습을 만나며 조금은 달라지자고 나에게 얘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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