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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는 수많은 소시민의 공감을 자극할,<도쿄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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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 추적추적 가을 가랑비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의 모습이 너무도 처량해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날씨에 찾아간 광화문 스폰지하우스.

스폰지하우스에서는 일본 로맨스영화 특집으로 유명한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었다.
쉘위댄스, 지금만나러갑니다, 조제 그리고 호랑이.
특별히 일본 영화를 찾아 본 것은 아니지만 서정적인 화면과 무게감 있는 독백, 뭔가 밋밋한 듯 하지만 그만큼 좋은 결론일 순 없을 것 같은 마무리때문에 일본 영화들에는 많은 감동을 받아왔던지라 왠지 설레는 맘으로,
낯선 제목의 "도쿄 오아시스"를 선택했다.

도쿄 오아시스 라는 제목을 보고,
팍팍한 현대인의 일상에 오아시스와 같은 메세지를 주는 영화일까?
쉼표를 찍어줄 수 있는 편안한 영화일까?
아님 오아시스 같은 사랑이야기일까?
내가 현재 고민하는 세속적으로 물질적인 내 욕망에 대한 채찍질을 가해주는 영화일까?
결국, 오아시스란 없는 것 같다는 메세지일까?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팜플렛조차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찌 않았기에 그것의 스토리가 궁금했고,
등장인물 4인만 봤을때에는 대체 그들이 어떻게 얽혀 이야기가 전개될지 도저히 상상되지 않았다.

어느 저녁, 도로가에서 무명 여배우가 달리는 큰 트럭에 뛰어들고, 이를 본 한 남자가 그 여자를 살려준다. 여자가 도로가 끝나는 곳까지만 히치하이킹을 시켜달라며 그렇게 만난 둘은 그 저녁 동행을 시작한다. 여자는 차 안에서 보이는 도로의 밤풍경의 아주 사소한 부분들도 묘사하며 감동을 받는다. 도쿄타워가 너무 크다, 큰 빌딩에 붙어있는 네온사인 간판이 좋다 등 세상을 처음 접한 어린아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새삼스레 묘사하며 감동을 받는다. 그 여자가 자살을 하려고 트럭에 뛰어들었는지 아니면 정말 배구동작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밤을 지나 새벽녘에 도심 속 오아시스 강가에서 마음을 다잡은 후 여자는 새로운 생의 의욕을 그녀 안에 불어넣었고 그 후 다시 자기 생활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 전 그녀가 죽음을 택하려 했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엉겁결에 그녀를 오아시스까지 데려다준 남자에게 끝내 하드값을 전해준 것은 그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후 그녀는
생활자의 모습으로 돌아와 고민을 갖고 있는 두 인물을 만난다.
한 명은 시나리오 작가를 하다 그 일을 그만두고 현재는 작은 영화관을 운영하는 옛 직장 동료인데, 그녀가 왜 일을 그만뒀는지 또 다시 그 일을 시작해도 될지 망설이는지가 대화의 주제다.
그녀는 한 가지 일만 계속 하고 있으니 이것이 내게 맞는 일일까? 이렇게 이 일만 해도 될까?
또 본인의 능력에 한계를 느껴 결국 일을 떠났고,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그 일에 도전해도 될까? 고민하고 있다.
누구나 한 가지 일을 하면 잘 하고 있는건지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도태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것 말고 더 나에게 퍼펙트하게 잘 맞고 내가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생긴다. 그렇게 해서 그 일을 져버리고 다시 다른 일을 찾아 내 향방을 바꾸고 나서 다시 과거에 내가 했던 일들로 돌아가보고 싶다. 그러나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이미 내가 져버린 그 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이미 실패가 예견되어 있는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일처럼 대책없어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얘기한다. 과거에 이미 떠났던 일이었어도 이미 그 결정을 하고 난 후에 좀더 성숙했고 좀더 다른 시야를 갖게 됐다면 재도전해볼만할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매너리즘, 커리어에 대한 불안함, 현재의 불확실성 이것들에 집중해서 어떤 결정이나 변화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어쩌면 무의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와의 만남 이후 동물원에서 또 한 명의 5수생을 마주친다.
그 5수생은 새장에 갇힌 새를 불쌍히 여긴다.
하지만 그녀에게 얘기한다.
그 새들이 새장 밖을 자유로이 날 수 있게 되면 순간은 자유와 행복을 느끼겠지만 결국 또 새장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새장이 훨씬 새들에겐 안전한 보금자리이고 편안한 곳일 수 있다. 라고 얘기한다.
누구나 꿈꾸는 현실에서의 탈출, 떠남, 여행, 일탈
그 모든 것들은 어쩌면 단순히 용기가 부족해서 시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지금 이 생활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현실과 생활을 져버리지 못하는 인간의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방랑벽처럼 느껴졌던 변화와 떠남에의 욕구를 어느정도 진정시킬 실마리를 발견한 것 같았다.

영화는 오아시스를 만들라고 한다.
그것이 어떤 것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현실을 떠날 수 없지만 그 떠남을 대체해줄 수 있는 오아시스를 통해 생활자인 나는 현실을 다시 영위해나갈 수 있을 것이고, 
또 현실에서의 고통과 아픔, 상처를 치유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도쿄 오아시스는 많은 얘기를 해주지 않는다.
내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어쩌면 현실에 관한 해답을 직설적으로 얘기해준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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