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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자연스러운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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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

홀로 감상한 첫 영화.

2015년 12월 27일, 일요일 오후 2시, 광화문 시네큐브


일본 영화의 이런 감성이 좋다.

여백이 많고, 진정 생활같고, 아름다운 영상, 따뜻한 음악


이복자매들이 함께 생활하게 되며 서로의 아픔, 삶을 인정하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 상영 도중 감정을 참을 수 없이 북받치던 순간은

스즈가 자전거를 타고 벚꽃터널을 통과하며 눈을 지그시 감고 행복한 표정을 지을 때의 모습과

맏언니 사치가 자신들을 14년 동안 버려둔 엄마와 마주했을 때 뾰족하게 굴다가 못다 전한 선물을 주러 다시 들른 엄마를 따라 외할머니 빈소를 가는 모습이었다.

스즈의 모습에서는 그간 홀로 마음고생했을 속 깊은 여중생이 느꼈을 간만의 행복에 안타까움과 안도의 마음이 들어서 마음이 뭉클했던 것 같고 또 눈부시게 아름다운 벚꽃터널을 지나는 순수한 스즈의 그 행복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감정이 북받쳤다.

장녀 사치의 삶에서 느껴지는 책임감과 엄마와의 관계, 바람이 난 아빠를 원망했지만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모습을 보며 역시 삶이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과 또 마지막까지 집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많은 것을 희생하며 고단하지만 그 안에서도 가족에게 위로받고 삶을 버틸 힘을 얻어나가는 모습에서 역시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요시노는 쉽게 사랑에 빠지고 엉뚱발랄하다. 의심도 적고 남자에게 돈도 쉽게 빌려주는, 소위 금사빠

남일 같지 않은 캐릭터이다. 남자와 술에 의존하는 그녀 역시 무언가 의존하고 싶어하고 오랜 직장생활로 지쳐있는 모습이다.

그녀가 한 말, "사랑이란 견딜 수 없이 지루한 것도 견딜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한다. 사랑중독 마인드이다. 최근 일상을 견디는 것을 타인에 의존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내 관점에서 보면 옳은 태도는 아니지만, 얼마 전까지 그러려고 했던 내 모습이었기에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요시노 역시 결국 일에 집중하고 본인이 기여할 어떤 역할을 찾게 되며 조금씩 변화하려는 징조를 보인다.


어린 시절 본인들을 불행하게 만든 아빠의 외도, 본인들을 버린 엄마는 원망의 대상이었지만

결국 그들은 부모들을 인정하고, 감사하고, 서로 보듬어 안으며 그들과 화해하는 한 발, 한 발을 내딛는다.

외도한 아버지의 자녀인 스즈를 보며 세 자매는 이런 선물을 보내준 아버지에 감사해한다. 그렇게 인정해나가는 과정에서 그들은 어린 시절 아픔을 치유해나가는 것 같다. 그 치유는 지금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아니고, 현실 속에서 담담하게, 자연스럽게 치유되어지는 모습이라 아름답다. 인상적이다.

어찌보면 인생에서 극적임이란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할 것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만 안달이 나고 극적일뿐,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그러한 마음은 내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시적인 것이고, 이 세상에 용서 못할 일도, 잊지 못할 일도, 치유받지 못할 일도 없을 수 있다. 그 모든 것들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그것에 치유되고 받아들여지려면 역시 혼자서는 무리이다. 가족이든, 사람이든, 주변의 어떤 존재들과 함께 가능해질 것이다.


바닷마을에서 세 자매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면 좋겠다.

서로 복작대며, 부둥켜 안아주며, 함께 매실주를 나눠마시며...

소소한 일상과 대화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영화이다.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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